지난 2년여 동안 우리를 괴롭혀왔던 코로나19. 무섭고 답답하던 그 시절 최일선에서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고생했던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시간이 대청호반에서 열렸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두꺼운 방호복을 착용한 채 환자를 대해야 했던, 칼바람이 몰아치던 한겨울에도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소방공무원과 의료진이 이날의 주인공이다.
지난 6~7일 대청호 로하스 캠핑장에는 100명의 소방공무원과 의료진 등이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앞선 시간 소방공무원과 의료진의 고생에 감사함을 담아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 금강일보가 마련한 자리로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들에게 ‘힐링’을 선물하고자 준비한 행사다.
특히 1분 1초 다투는 긴급상황을 자주 맞이하는 이들에게 느림에서 오는 편안함을 전달하고자 다채로운 행사보다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을, 천혜의 자연경관인 대청호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레크리에이션과 음악공연, 불멍, 일출산책과 트레킹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사회자 황의억 씨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작된 이날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퀴즈, 댄스 등으로 꾸며졌다.
소방공무원과 의료진들은 인형과 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을 쟁취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했고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상품을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함께 웃고, 즐기는 동안 행복바이러스가 퍼져나왔기 때문이리라.
시끌벅적했던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마련된 저녁식사 시간에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바비큐와 다양한 찬들로 배를 채웠다. 적당한 양의 반주와 함께 지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자코밴드, 김찬미, 박성현 등의 가수의 감미로운 공연은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어진 ‘불멍’ 시간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직업 특성상 불과 가까운, 그러나 불로 인한 즐거움보다는 무서움이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한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머리 위에는 수를 놓은 듯 수많은 별이 빛나고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나무 위에서 춤을 추는 불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힘듦을 함께 날려버릴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4인 1조로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 동기들과 의기투합했다는 소방 동기 김아영, 추솔민, 방현지, 박한솔 씨는 “우리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임용됐다.
장장 1년반 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현장에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힐링이 된다. 특히 매일 불을 끄기만 했는데 이곳에서는 불멍으로 힐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서부소방서 이승훈 반장과 손영창 반장, 하태준 반장, 김기수 주임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내외근 없이 근무하는 의료진, 소방관은 물론 모든 시민이 힘들었다”며 “이곳의 불은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그냥 좋다. 후배들,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기에 더 값진 시간이다. 우리를 위해 이런 준비를 해줘 감사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선 의료진 최혜연 씨는 “두 아들과 동료와 함께 왔다. 아이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레크리에이션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협동심도 키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접근이 어려웠다. 심지어 환자를 마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마주하고 다 같은 옷을 입고 참여해서 단합심도 생기고 날도 좋고 딱 좋다”고 행복함을 표현했다.
이어진 자유시간에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과 친구 혹은 동료들과의 대화 등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글=조길상·김지현 기자
사진=함형서 기자
출처 :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8337